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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옥에서 온 바퀴벌레들 

-Cemetery Gates

 

“이봐, 아래는 괜찮냐?”

 

“그런 것 같네. 내려와.” 헤드폰으로 답신이 돌아왔다. 주기적으로 방사능 계수기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밑을 내려다보고 침을 삼켰다. 가파르게 깎아지른 거대한 구조물과, 그 밑에 파여 있는 거대한 구덩이. 아무래도 여기는 과거에 일산화이수소를 저장하는 데 쓰인 것 같았다. 아니면 무슨 묘지거나. 물론 지금은 보시다시피 그냥 큰 모래구덩이일 뿐이었다. 나는 이미 벽에 매달려 있는 레펠을 타고 내려갔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허리춤에 매달린 공기총이 함께 덜렁거렸다. 나는 이 물건이 제멋대로 격발되는 꼴을 이번 답사에서만 몇 번이나 봤었고, 덕분에 때 이른 냉동수면에 이를 뻔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봐, 두꺼운 암반에 구멍을 뚫는다고. 그것도 매끈매끈한 구멍을 말야. 차라리 두고 오는 편이 나았을 것 같았지만, 만일의 상황에서 몸을 지킬 수 있을 법한 물건은 이것뿐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도중에 몇 번이나 떨어질 뻔하고, 발을 헛디디고 나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이 짓 안 한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보단 내려오는 게 나을 걸? 이따가는 저걸 타고 다시 올라가야-” 동기 뒤에 있던 모래더미가 갑자기 크게 솟더니, 안에서 시꺼멓고 커다란 것이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씨발!” 그것은 빠르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동기가 쏘는 공기총을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동기를 덮쳐 쓰러뜨렸다. 그들이 먹잇감과 먹이 사이에 흔히 보이는 격렬한 레슬링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급히 허리에 차고 있던 압축 공기총을 꺼냈다. 잘못 쏘면 내게도, 동기에게도 기회는 없었다. 자꾸 가늠자가 춤췄다. 튀어나온 것은 이제 나머지 다리로 동기를 고정하고, 앞발에 달린 흉측한 집게발로 그를 두 동강 내려는 참이었다. 놈은 등딱지 밑에 숨겨진 얇은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질러댔다. 방아쇠를 당기자, 압축공기 특유의 파열음과 함께 괴물의 키틴질 대가리가 완전히 으깨져 버렸다. 앞발 역시 떨어져 나갔다. 한숨 돌리려고 했지만, 동기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야, 이 새끼 아직 안 죽었어!” 그랬다. 놈은 머리가 떨어져 나가서도 날뛰고 있었다. 나는 1분 뒤까지는 그리 쓸모없을 총을 다시 넣고, 동기에게 끈덕지게 매달려 있는 괴물을 걷어찼다. 놈을 때릴 때마다 다량의 점액이 디스플레이니 방호복에 가득 튀었다. 거의 온 몸을 뭉개 버리고 나서야 놈을 떼어낼 수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괴물의 시체는 약한 경련만 일으켰다.

 

“괜찮냐?” 나는 보호복 앞 유리에 튄 점액을 닦으며 말했다. 동기가 갑자기 발작적인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또 총을 집어 들었다. 그 쪽을 다시 보니, 생물의 몸속에서 놈과 닮았지만 훨씬 작은 놈 여러 마리가 동기의 몸 위로 기어올라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바닥에 구르다가, 일어나서는 놈들을 떼어 던지고 밟아 으깼다. “빌어먹을” 한 마리가 구조물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별” 동기는 아직도 펄쩍펄쩍 뛰며, 이미 뭉그러진 놈들을 더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더러운 꼴을 다 보겠네!” 저놈도 일단은 표본이니까 사진 찍고 채취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동기가 제정신을 차리기까지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내버려 두고 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곳을 찾기로 했다. 좀 두면 머리도 식히고 그러겠지. 한참을 살피다가 나는 구석에 뚫린 큰 구멍을 발견했다. 안에서는 액체가 모여 콸콸 흐르는 소리가 났다.

 

“누가 내려가지?” 동기가 물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방호복 안면유리를 통해 보인 그의 얼굴은 반만 멀쩡해 보였다. 점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거든. 질문만 했을 뿐이지,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리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한 마리는 간신히 처치하긴 했지만, 두 마리 이상에게 둘러싸이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자신이 없었다. 우린 연구직이지 용병이 아니니까.

 

“내가 내려갈게.” 나는 허리에 달린 레펠을 풀어, 훅을 안전할 법한 곳에 걸었다. 하나뿐인 동료를 잃는 것보단, 기왕이면 놈들을 마주치고 나서 조금 더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이 내려가는 게 나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한 사람은 남아야 했다. 하다못해 뜯어 먹히고 난 잔해라도 건지거나 보고라도 해 주려면.

 

“여차하면 바로 연락하라고. 무전기 있잖아, 무전기.” 동기가 말했다. 나는 끄덕이고는, 벽을 차며 밑으로 내려갔다. 머리의 탐조등은 딱 내 발치까지의 어둠밖에 밝히지 못했고,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공포는 더 가중됐다. 어디선가 습기가 올라오는지, 안면유리 밖에 물방울이 맺혀서 수시로 닦아야 했다. 얼마를 내려갔을까. 레펠의 줄이 걸리는 느낌이 찾아왔다. 끌어올려 달라고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나는 탐조등을 최대한 아래로 비췄다. 바닥이 약간 보이긴 보였다. 나는 훅을 풀고 멋지게 착지하려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빌어먹을 바닥조차 미끄러웠다. 내가 무심코 욕설이라도 내뱉었는지, 빨리도 저쪽에서 무전이 왔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밑에 도착했다. 이따가 연락하지.”

 

“난 또...... 깜짝 놀랐네. 알았다.”

 

밑에서는 계속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뭔가 찾아내는 게 먼저일 것인지, 아니면 벌레 떼와 마주치는 게 먼저일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후자라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납작하고 검은 몸통에 털이 숭숭 난 징그러운 다리가 여러 개 튀어나와 있고, 머리에서 뻗어 나온 촉각이 엉덩이까지 닿는 벌레들. 그들의 움직임에는 보기만 해도 꺼림칙해지는 뭔가가 있었다. 악몽의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퍼내면 놈들과 흡사한 모습이 될 것이다. 계속 걸어가다가, 바닥에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일어나려고 보니 발밑이 그냥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급히 몸을 추스르고 발치를 비춰 보니, 방호복 부츠 두 쪽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밑으로는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사람 하나 빠질 정도는 됐다. 밑으로는 콸콸, 하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일 조금만 더 미끄러졌거나,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일단 큰 일 하나는 넘겼다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뭔가 커다란 것이 달려들었다. 벌레였다. 놈의 배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줬다. 다리 세 개 정도는 떨어져 나갔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밀려 나자빠졌다. 머리에 달린 탐조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두 놈이 더 있었다. 그리고 압축공기가 놈들에게 바람구멍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충전되기까지는 1분여가 남아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이봐! 무슨 일이야!” 헤드셋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놈들은 날 바닥에 메다꽂은 채로 몸을 곧추세우며 날개를 퍼덕이고, 승리의 함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서로 내게 집게발이니 날카로운 턱을 들이대려다가, 한두 번 툭탁거리더니 이내 날 내버려두고는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나눠먹기에는 식량사정이 그리 넉넉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놈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면서 최대한 구덩이 가까이로 발을 디뎠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체중을 실어 걷어찼다. 한 놈은 비명도 질러보지 못하고 저 밑에서 흘러가는 물에 휩쓸려 가 버렸다. 내 추측과는 달리, 날개가 저 덩치의 몸을 띄우기는 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시, 다른 놈이 밀려 떨어지다가 내 방호복 부츠를 잡아챘다. 몸이 점점 끌려 내려가고 있었다. 손으로 바닥을 그러쥐고 버티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놈과 함께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대답 좀 해! 대답 좀 하라고! 무슨 일이냐, 대체!”

 

이대로라면 유언도 제대로 남기지 못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된 게 현장에 없는 사람이 더 흥분한다니까. 다 포기하려던 그 순간, 공기총의 장전음이 들렸다.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그대로 놈을 쏴 떨어뜨렸다. 매달고 있던 것이 없어지자 몸은 실제로 움직이지도 않았음에도, 마치 뒤로 누가 끌어당겨 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구덩이에서 최대한 몸을 멀리 빼서 숨을 골랐다.

 

“괜찮냐! 대답 좀 해 봐, 이 친구야!”

 

“젠장...... 제발 좀 닥쳐줄 수 없겠냐. 간신히 맹수 아가리에서 빠져나왔는데 숨 돌릴 시간이라도 주라고.”

 

“아, 미안......” 그 뒤로도 동기는 몇 마디 더 떠들어댔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어디 또 벌레 놈들이 남아 있을지 몰랐다. 한참을 그렇게 나아가자, 희미한 불빛에 잔뜩 녹슨 문이 보였다.

 

"이건......"

 

잘 살피자 커다란 손잡이 같은 것이 보였다. 그걸 붙잡으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방공호인데, 밖에서 나 혼자 돌린다고 열리기나 할까?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방호복 안의 손아귀가 아플 때까지 돌려대자, 손잡이는 서서히 돌았다. 문이 점점 열리면서 공기가 점점 새어 나왔다. 아마 마지막 생존자가 죽은 뒤에도 수십, 수백 년이나 꾹꾹 눌려 있었을 양압이. 다 삭고 망가져서 어디 썼는지도 알 수 없을 법한 시설 몇 개를 지나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안에 있는 잡동사니는 점점 많아졌다. 지금은 큰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원시적인 구조의 무기,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구닥다리인 전자장비와 배선, 아마도 식량이나 이런 것을 담는 데 썼을 각종 용기까지. 나는 바닥을 천천히 디디다가,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 황급히 뗐다. 맙소사, 내골격 생물의 잔해였다. 벌레 말고 처음으로 보는 다른 생물의 뼈. 비록 살아 있는 지적 생명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런 곳에서 그나마 온전하게 보전된 그들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었다. 계속 살피다가, 나는 구석에서 뼈무더기를 찾아냈다. 자세히 보니 일부에는 도구 같은 걸로 훼손된 흔적까지 보였다. 여기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보다 샘플은 많았고, 혼자 다 가지고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동기에게 연락했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별을 벗어날 수 있어.”

 

“뭐야? 아까부터 수신 채널 계속 닫아놓고 무슨 소리야. 드디어 정신이......”

 

“안 닫았거든. 아무튼 빨리 내려와 봐. 큰 샘플 캐리어 있지? 그것도 들고 오고.”

 

“그러니까 설명 좀......” 나는 레펠 쪽으로 향했다. 기왕이면 확실하게 합류하는 쪽이 낫겠지.

 

4. 옛날 옛적에 II

-Waiting for the Rapture

 

불꽃이나 버섯구름이 보이기도 전에 모든 방송은 먹통이 되어서, ‘인류 최후의 순간’은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폭도들이 스튜디오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난동 정도로 끝나서 망정이지, 그들이 카메라까지 박살내버리지 않았다면 더한 광경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로 인류가 멸망한 날부터 정확히 일 년이 흘렀다. 나는 오늘 분의 식량을 막 털어 넣으려던 참이었는데, 옆에서 장관이 몹시나 바라는 것 같은 눈치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네는 건강해서 더 버틸 수 있지만, 나는 늙었지 않나. 내게 먹을 걸 더 주게. 제발......” 장관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멍이니 긁힌 자국이 얽혀 있어, 참 초라해 보였다. 다 예전 버릇을 못 버려서 일어난 일이었지. 자업자득이다. 그는 아직도 그 쓸모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 생활 초기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볼까지 쑥 들어가 있었다. 안의 식량 비축상황은 더 나빠져서 하루에 많아 봐야 두 끼, 그것도 아주 조금 먹는 처지였으니까. 사실 이미 들어왔을 때부터 식량은 원래 예정된 2년 치보다 턱도 없이 적었다. 그게 누구 뱃속으로 들어가 있을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웃기지 마쇼, 영감.” 나는 식량을 입에 넣으려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세게 맞았다. 입술에서 쇠 맛이 났다. 입술을 문지르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있는 내 식량을 주워 먹고 있는 장관이었다. 나는 부스러기까지 손가락으로 주워 먹고 있는 그를 세게 걷어찼다.

 

“개새끼야, 먹고 있던 거 다 토해내!” 장군은 일어나서 날 걷어차려다가, 되려 미간 한 가운데에 주먹을 맞고 코가 깨졌다. 오랫동안 군인 해먹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몸부림이었다. 나는 그가 바닥에 뭘 게워내건, 신음소리를 내건, 질질 짜는 소리를 내건 말건 간에 계속 후려치고 걷어찼다.

 

“아이고! 미친놈이 사람 잡는다!” 물론 나를 욕하는 건 상황이 나아지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셀터 안의 누구도 자기 일 말고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저 못 본 척 할 뿐이었지.

 

“누가 미친놈이야, 아침에 서지도 않는 고자새끼가!”

 

“나이도 없냐? 계급도 없어? 인간 말종 새끼야! 너새끼 키운 부모가 보면 잘도 좋아하겠다!” 사실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건 눈앞의 이 영감쟁이였다. 그를 기계적으로 걷어차고 후려치다가, 문득 나는 움직여 봐야 열량만 더 쓸 뿐이라는 걸 떠올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 뭐야, 아직까지 뱃속에 기름도 차 있는 주제에.

 

“잘못했네...... 한번만 살려주게. 제발, 제발......”

 

“씨발놈아, 한번만 더 내가 먹는 것에 손대거나 헛소리 지껄이면 죽여 버리겠어. 알았냐?” 기분이 더러워져서, 나는 바닥에서 뒹구는 장관을 버려두고 방 구석으로 향했다. 다른 놈들은 내가 다가오는 걸 보고, 슬슬 피했다. 어차피 같은 상황이면 똑같이 행동할 주제에, 자기들은 마치 무슨 성자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아, 전속부관은 예외였다. 그는 내 쪽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최대한 냉기가 덜 올라올 법한 곳을 찾아가 앉았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앞으로 이 주일? 삼 주일? 누군가 갑자기 미쳐서 식량을 독점하려고 들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나 혼자 죽기는 싫다며 거기다 불을 질러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앉은 채로 잠을 청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쭈그려 앉은 불편한 자세에서, 얕고 불안한 꿈이 찾아왔다.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이 그 뜨거운 지옥불에 휩싸이거나, 폐 안에 잔뜩 부어오른 수포로 죽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서, 다른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깨고 잠들고, 깨고 잠들다가 마침내 꿈도 없는 깊은 잠이 찾아왔다.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계속


얼굴살이 가장 나중에 빠진다지만, 알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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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역전 2012.11.14 06:18
    탐사중인 행성이 지구인 느낌이네요?
  • profile
    욀슨 2012.11.14 07:53
    자세한 건 다음 편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1.14 08:31
    접점을 향해 나아가는 두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요. 잘 봤어요~
  • profile
    욀슨 2012.11.14 09:10
    정확히 보셨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 profile
    yarsas 2012.11.17 08:58
    내용이 더 나와야 이해가 될 득 하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profile
    욀슨 2012.11.18 12:14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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