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5 10:32

[단편]첫번째라고 불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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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당신은 내 네 번째 남자야."

 "...이제와서 과거 연애사를 고백하려고? 침대 위에서? 둘다 이렇게 벌거벗은 채로?"


 엉겁결에 장난스럽게 받아넘기긴 했지만 표정 관리도 제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머릿속은 여전히 백지장처럼 새하얳다. 조금 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열기가 아직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어째서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얘기를 꺼낸 것일까?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구석이라도 있었나? 내가 너무 성급하게 리드했던 걸까? 호흡이 서로 맞지 않았던 걸까? 어떠한 의문도 속시원히 답이 되지 못한 채 불안감만을 안길 뿐이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쪽을 보고 돌아누웠다.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올리곤, 그녀는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아니, 전 남자들 얘기가 아냐."

 "그러면?" 

 "내가 지금 사귀는 남자들 중에 말야. 당신은 네 번째야. 그 정도로 마음에 들어."

 "농담이지?"


 내 표정이 우스꽝스러웠던지, 그녀는 쿡쿡 소리죽여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투명한 피부 아래 유연하게 흐르는 그녀 등의 곡선이 헐벗은 상태 그대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고양이같았다. 새침하고, 애교넘치고, 아슬아슬한. 그래, 그녀는 나와 아슬아슬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거다. 내가 질려 먼저 그녀를 떠나야겠다 마음먹기 직전까지 밀어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바짝 당겨붙여 애간장을 녹여 놓으려는 심산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왜 그녀가 이 시점에 자신의 양다리, 아니 문어발 이력을 지어내려 하겠는가?


 "농담 아냐, 지어낸 것도 아니고."


 그녀는 애써 정색을 하며 내 추측을 부정했다. 때마침 탁상에 올려둔 그녀 핸드폰이 작게 울었다. 그녀는 잠시만, 하고 양해를 구하더니 핸드폰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딱 한 번 작게 울린 걸 봐선, 전화는 아닌 모양이었다.


 "세 번째 남자야.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어."


 침대 가장자리에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는, 이제 반쯤 윗몸을 일으켜 세운 나를 어깨 너머로 곁눈질하며 물었다.


 "확인해 볼래?"


 대답하기도 전에 내 시선은 이미 그녀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킥킥대며 자기 폰을 내게 내밀었다. 조금도 고민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태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보낸 사람 번호는 남자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상대는 그녀보다 연하인 듯했다. 내가 그녀와 동갑이니 상대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게 된다.


 '누나 보고 싶어요. 지금 괜찮아요? 만날 수 있으면 문자해요.'

 "대학교 1학년이야. 작년에 재수해서 인근 학교에 붙었고, 지금은 근처에서 하숙중. 외동아들이라 부모가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것같아. 데이트 중에도 가끔 전화가 걸려 오거든."

 "그래서, 얘가 네 세 번째라고?"

 "후훗, 존심 상했어?"


 당연하지! 나는 휴대전화를 그녀 곁에 대충 던져놓은 뒤 도로 자리에 누웠다. 깍지낀 손을 베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대체 그 애새끼가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상상해 보았다. 틀림없이 얼굴 반반하고 기집애같이 생긴 녀석일 거다. 잘난 얼굴과 그럴듯한 말빨로 꼬셔내기라도 한 거겠지. 실상 내실은 없는 변변찮은 기생오라비 주제에!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수록 이런 추측은 사실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강해졌다. 상대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바는 오로지 그녀가 그 남자를 선택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녀가 아무 남자에게나 마음을 두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는가?


 "저기, 한 번 만나볼래?"


 그녀가 내 어깨에 팔을 걸고 안겨와 물었다. 부드러운 살결에서 풍겨오는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질였다. 나는 최대한 냉정한 척 가장해 그녀에게 반문했다.


 "뭘 말야?"

 "이 애 말야. 좋잖아? 경쟁자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남잔지, 당신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는 거야. 응?"


 항상 이런 식이다. 그녀는 항상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전부 알고 있다. 전부 알고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는 것도 자유자재다. 나는 매번 그녀에게 속고, 그녀에게 이용당한다.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거듭 그녀에게 농락당하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의 콩깍지가 눈에 껴도 제대로 낀 모양이다.


 해서 이번에도, 나는 그녀 말을 머릿속으론 어처구니없이 여기면서도 입으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마는 것이다.


 "...좋아."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내게 입을 맞췄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혀가 서로 뒤섞이는 그 와중에도 내 두 눈은 감길 기색 없이 줄곧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몸을 섞은 여자 애인을 만난다는 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과연 이 얘기를 듣고 흔쾌히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려 할까? 설마 한바탕 치정극이 펼쳐지는 건 아니겠지?


 순간 그녀가 두 손으로 내 시야를 가렸다. 뭐하는 거냐고 따지기도 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있잖아, 키스할 때는 눈을 뜨는 게 아니래."

 "어째서?"

 "키스할 때 눈을 뜨는 사람은, 분명 딴 생각을 하는 거니까. 책에서 봤는걸?"

 "설마."


 그녀 말을 부정하면서, 나는 일부러 우악스럽게 그녀 몸을 끌어 안았다. 그녀는 작고 희열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 틈을 타 나는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두 눈을 모두 감은 채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누나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약속장소에 나온 건 뜻밖에도, 차분하고 점잖아 보이는 어린 학생이었다. 내가 그녀 애인 중 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내가 그녀와 동갑이라는 것을 알고 깍듯이 연장자 대우를 해 주었다. 남자는 눈부시게 젊고 또 아량이 넓었다. 연적과의 첫 만남에서 나는 그에게 나이로도, 연장자로서의 처신으로도 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후였다. 유럽풍 야외 카페 한 테이블 주위에 빙 둘러 앉아 우리 셋은 평화롭게 한담을 주고 받았다. 딱딱한 분위기를 풀고 대화를 이끌어 나간 건 역시 그녀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의 지위나 관계따윈 잊고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그녀에겐 아슬아슬한 인간관계를 조율하는 천부적인 감각이 있었다.


 한참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녀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둘만 얘기들 나누고 있어. 나 없다고 싸우거나 하면 안된다?"


 한 손에 백을 들고, 그녀는 느긋하게 가게 안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없어진 직후, 우리는 곧바로 침묵했다. 조금 전까지 떠들어대던 입들이 모두 일시에 사라진 것처럼. 나는 컵을 들어 마른 입을 조금 축였다. 씁쓸한 커피 향이 금새 입안을 감돌았다.


 "저기요,"


 먼저 입을 연 건 학생 쪽이었다. 그녀가 중재해주는 동안 그는 나를 형이란 호칭으로 불렀다.


 "그러니까 형도, 누나랑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귀고 계신 거죠?"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하겠지. 나도 이제 내일모래면 서른줄이다.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연애는, 우리 또래에겐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평균 성혼 연령이 많이 높아졌다고 해도 말이다.


 "저도 그래요. 진심으로 누나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알아주고 말고 할 게 어딨냐."


 안경알 아래서 한없이 맑고 올곧게 빛나는 녀석의 눈망울을 보면서 나는 말했다.


 "...어차피 정하는 건 나나 네가 아니라 그녀니까."

 "그렇네요. 하긴, 그런 거였죠?"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웃는 그 녀석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연적, 여전히 고등학생 티를 못 벗은 풋내기 녀석. 어쩌다 그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이런 녀석과 사귀게 된 걸까. 실은 이런 걸까? 나란 남잔 그녀가 상상하는 이상형과 전혀 다른 게 아닐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천진난만한 애새끼야말로 그녀에게서 모성과 흥미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이상형인 게 아닐까?


 "저기 말야, 그런데..."


 말을 꺼내놓긴 했지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까? 왜 그녀가 너 같은 녀석을 좋아하는 거냐고? 얼마나 자주 그녀와 잠자리를 했냐고? 내가 네 번째고 네가 세 번째면, 다른 녀석들은 누구며 어디 사는 개뼛다귀들이냐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녀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녀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녀석을 겁에 질리게 하는 건 좋지 않다.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여기엔 그녀도 와 있다. 애써 그녀가 만들어 놓은 자리를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어 점수 잃을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녀랑은."


 적당히 무난한 질문을 골라 그에게 건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왼편으로 돌렸다. 회상에 잠긴 그의 입가에, 어느 순간 엷은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과외 선생님이었어요."


 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중고생 과외를 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학생들과 정말 친하게 지냈고, 몇몇 애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던가. 처음 들었을 땐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겼다. 그때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고만 들었지, 그 중 하나랑 사귀고 있단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과외받을 때, 진짜 많이 도움 받았거든요. 단순히 공부만이 아니라, 친누나처럼 이것저것, 먹는 것부터 해서 옷 입는 것, 수능날 교통편까지 하나하나 챙겨주셨어요."


 무엇보다도, 하면서 그 청년은 잠시 말을 끊었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잠자코 다음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침묵은 오래지 않았다. 청년에겐 단지 마른 목을 축일 시간 약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누나가 그 얘기 했어요? 저, 실은 지금 다니는 학교도 누나가 소개해준 곳이거든요."


 그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청년이 다니는 학교는, 내가 기억하기에 그녀의 모교도 아니었다.


 "원래 지망하던 학교는 다른 곳이었어요. 부모님께선 의대에 가기를 원하셨고요. 저는 사회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어느 학교를 가는 게 좋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는 상태였었죠. 과외를 해주시던 누나가 그걸 알고, 어느 날인가 자기가 알아온 내용들을 저한테 보여주면서 지금 학교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원래 목표하던 학교와 등급컷은 비슷했는데 교수진이나 커리큘럼도 괜찮고 장학금 지원도 더 나았어요.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면, 특히나 원래 희망 학교보다 이 학교를 가는 편이 더 좋았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누나가 많이 도와줘서 가능했고요."

 "..."

 "그래서 좋아하게 됐어요. 그저 과외 선생님일 뿐이었는데, 사소한 고민부터 진로며 학교 생활까지 전부 자기 문제인 양 듣고 도와줬으니까요. 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진짜 가족보다도, 담임 선생님보다도 더 많이 저를 위해주고 챙겨 주셨던 거 같아요. 누나만큼 저를 진심으로 대해준 사람을 저는 달리 알지 못해요. 그러니까, 어떻게 제가 누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가 하는 말에 나는 쉽게 동의했다. 그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내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같았다. 그녀는 쿨하고 도도하면서도 상대를 추켜 세우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곁에 있을 때 내가 실제보다 더 나은 남자인 양 느끼게 해줬다. 그녀와 만나면서부터 나는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했다고 느꼈다. 세상 누가 이런 여자를 마다할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내 구질구질한 삶에 대해 털어놓고자 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실직자에 무능력자였고 아무런 의지도 없는 쓰레기였다. 낯선 사람과 섞이는 걸 두려워했고, 눈 마주치는 걸 무서워했다. 나 스스로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심지어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 나란 인간을 사랑해준 건 가족도, 친구도 아닌 오로지 그녀 하나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단 게 내게 있어 단 하나뿐인 자부심이고 기쁨이었다. 그녀 덕분에 나는 다시 자리를 잡았고, 좀 더 활동적이 되고, 불필요하게 겁내지 않고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최근 들어 나는 다시 막연한 불안감을 마음 한 구석에서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게 과분할 정도로 대단한 여자다. 나는 그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녀는 딱히 내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빛날 수 있는 사람이다. 언제까지 그녀 곁에 내가 있을 수 있을까? 그 문제에 대해서라면, 그녀는 단 한 번도 확신할 만한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다.


 '언제까지고 계속 사랑할 거냐고? 글쎄, 아마도 당신에게 질리게 되는 그 순간까지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겠지. 늙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누나가 사귀는 사람은 우리 빼고도 세 명 정도 더 있는 거 같아요. 알고 계셨어요?"


 문득 청년이 화제를 돌렸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컵 안을 들여다보는 척 했다. 목젖이 떨리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애써 태연을 가장해 반문했다.


 "다른 사람들은 누군지 만나봤어?"

 "한 명은 직접 본 적이 있어요. 변호사라고 했던 거 같아요. 또다른 한 명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고요. 학원장이라고 했는데, 애들에게 악기나 그림같은 걸 가르친다고 했던 거 같아요."

 "다른 한 명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에스프레소만큼이나 씁쓸한 얘기를, 그는 별 반응도 없이 태연히 주절거렸다.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변호사 형이랑 만났을 때, 저도 물어봤어요. 다른 남자들을 만나본 적이 있냐고요. 저랑 만나기 전, 학원장이란 남자와는 만난 적이 있대요.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그러니까 저희 네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한 사람이요, 아무리 물어봐도 절대 알려 주지 않는대요."

 "알려주지 않는다는 남자가, 혹시 '첫 번째'인거야?"

 "네, 누나의 '첫 번째'죠."


 그는 내가 '네 번째'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소개할 때 먼저 밝혀 두었으니까. 나는 그가 '세 번째'라는 걸 들어서 알고 있다. 학생이 만난 변호사는 자신이 '다섯 번째'라고 했고, '두 번째'인 학원장에게 조금 질투심을 느꼈다고 했단다. 개 중 아무도 '첫 번째'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결코 자신의 '첫 번째'가 누구인지 밝히려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매사 철두철미한 그녀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그 '첫 번째'의 정체를 밝히는 건 어려울 것이다.


 "너는 괜찮냐? 이런 상황 말야."

 "어떤 상황 말이죠?"

 "전부. 너는 그녀를 사랑하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들도 사랑한다고 말해. 너보다도 그녀 맘에 드는 남자가 둘은 더 있고, 너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가 사귀는 나 같은 남자가 둘이 더 있어. 평범한 상황은 아니잖아."

 "어떨까요? 괜찮은 거 아닐까요?"


 의외로 청년은 맥이 풀리는 답을 했다.


 "솔직히 저는 불만 없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다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결코 자신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란 거. 그렇다고 자신만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면, 그녀가 먼저 떠나 버릴 거란 거. 아무 미련 없이, 애당초 그녀에겐 아쉬울 게 없기에. 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녀와의 관계에서 빚을 지고 있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내 쪽이니까. 몸도, 감정도 전부 그녀에게 기대어 있으니까. 내가 그녀를 잃는 건 환자가 의안이나 의족을, 부목이나 휠체어를 잃는 것과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그녀를 사귀면서부터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어느 하나도 그녀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녀와 사랑하면서 나는 사람들과 눈 맞추는 방법을 알았고, 수많은 들꽃 가운데서 들국화를 골라낼 수 있게 되었고, 하늘이 땅보다 아름다운 걸 알게 되었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게 바로 곁에 있다는 것도 물론 알게 되었고.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그녀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거다.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 자신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 존재가 된 것처럼.


 그러나 한편으론 욕심도 들었다. 내가 그녀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가 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나를 생각하고, 오로지 나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오로지 나로 인해 기쁘고 즐거워하기를 바란다. 완벽한 그녀가, 나로 인해 더욱 완벽해지길 바란다. 아니면 도리어 불완전해지거나!


 정체 모를 '첫 번째' 남자 때문에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돈하는 사이, 그녀는 모델처럼 걸어와 우리 곁에 섰다. 언제나처럼 흠 없는 미소로 우리를 보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남자들끼리 얘기는 다 했지? 이제 그만 갈까?"






 몇 군데인가 가게를 돈 후에, 우리는 지하철 역에서 헤어졌다. 학생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해 함께 지하철을 탔다. 어차피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마주본 채 문가에 기대서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밖을 보았다. 어둑어둑한 터널 속을 열차는 현기증나리만큼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모스 부호처럼 이어지며 스쳐 지나갔다. 거기엔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좋은 애야. 성실한 애고."


 물론 그녀가 갑자기 꺼낸 이 말에도 별 뜻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응, 하고 건성으로 답했다. 피곤한 하루였다. 오늘 하루쯤은 곁에 아무도 두지 않고 침대 위에서 혼자 쉬고 싶었다.


 "당신도 그래."

 "어떤 점이? 사람 좋고 성실한 점? 아니면 애 같은 점?"


 별 생각없이 말을 뱉고 나서, 뒤늦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슬그머니 그녀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당신 집에 갈까?"

 "하루쯤은 자기 집도 들어가 봐야지."

 "그렇지? 냥이도 잘 있는지 걱정되고, 고지서 날아온 게 있는지도 봐야 되고."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여지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심 걱정되어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괜찮아. 피곤해서 그래."

 "당신이 피곤할 때도 다 있네?"

 "후후, 나도 사람이야. 지칠 때도 있고 기운 없을 때도 있어."


 마침 열차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기에, 나는 그녀 곁에 나란히 붙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사람들을 가득 실은 채 열차는 다시 출발했다. 나는 그녀와 숨결이 서로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섰다. 그녀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당신은 물어보지 않네?"

 "뭘 말야?"

 "첫 번째가 누구냐고."

 "물어보길 원해?"

 "아니, 어째서 물어보지 않는지 알고 싶어."

 "무서우니까.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든, 분명 나는 추한 질투나 하게 될 테니까."

 "겁쟁이네, 당신은."

 "나는 원래 겁쟁이였어."


 곡선 구간을 통과하는지, 열차가 한쪽으로 크게 쏠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미소지었고 고맙다고 말했다. 다시 한참이 흘러 그녀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는 지금은 못 만나."

 "여행이라도 간 거야? 유럽? 미국?"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보다 더 멀리."

 "혹시 죽은 거야?"

 "아니. 그렇진 않아."


 지구 반대편보다 더 먼 곳을 떠올릴 수 없었기에 나는 침묵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매번 거울 속에서 그의 흔적을 봐. 플랫폼에서 다음 열차 오기를 기다리다가도, 횡단보도 앞 사람들 속에서도 가끔씩 흔적이 보여. 내가 사귀는 사람들, 아까 그 학생에게서도, 그리고 당신에게서도."

 "무슨 소리하는 지 모르겠는데?"


 그녀가 양 손바닥으로 내 두 뺨을 감쌌다. 보드라운 손과 뺨 사이에서 온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내 투박한 손을 들어 그녀 작은 손등을 감쌌다. 시선은 줄곧 그녀 눈과 맞추고 있었다. 불빛 아래서,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났다.


 "나는 인간을 사랑해."

 "..."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당신을 사랑해."

 "네 번재로."

 "그래, 네 번째로."


 그녀는 피식,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이라서 나는 그녀에게 살짝 키스했다. 옆사람들이 눈치를 줬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키스가 끝난 뒤,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내게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랬을지도."


 이마와 코를 맞대고 우리는 잠시 동안 키득대며 웃었다. 때마침 문이 열리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잽싸게 열차에서 빠져 나왔다. 내린 곳은 목적지에서 두 정거장 전 역이었다. 그녀가 먼저 내가 생각하던 제안을 입 밖으로 내었다.


 "조금 걸을까?"


 한밤중이라 거리는 온갖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딘지 모를 담장을 옆에 끼고 가로등 아래를 걸으며, 우리는 별것 아닌 일로 시시덕대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연 포장마차에 들어가 어묵 막대 하나씩을 먹곤, 다시 한참 걸어 편의점에 들어가 캔커피를 한 개씩 사 들고 나왔다. 캔커피는 맨손엔 조금 뜨겁다 싶을 정도로 데워져 있었다.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애가 있어."

 "친구 얘길 하다니, 별일이네?"

 그녀는 내게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곤 말을 이었다.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헤어지게 됐대. 나중에 생각나서 찾으려고 보니까, 아는 건 얼굴밖에 없더란 거야."

 "그래서?"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닮은 사람이 보이면 '혹시나 그 사람 아닐까' 하고 신경을 쓰게 되었대. 그러다보니까 나중엔 길거리 돌아다니는 남자 얼굴이 전부 그 첫사랑처럼 보이더래."

 "그럼 결국 못 찾은 거야?"

 "응. 포기하고 금방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됐어. 그런데 말야,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깨달은 거야."

 "뭘?"

 "첫사랑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게, 실은 자기 얼굴이었다는 거."

 "에이, 설마 그런 착각을..."

 "믿거나 말거나. 나도 친구한테 들은 얘기니까."


 아는 친구 얘기 치곤 이상한 얘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가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저기, 혹시 연애인 닮았단 소리 안 들어봤어?"

 "연애인 누구?"

 "글쎄, 왠지 낯이 익긴 한데. 눈매랑 이쪽에서 봤을 때 콧날이 말야...누굴까?"

 "오늘따라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지 않아?"

 "그런가? 난 평상시랑 다를 바 없는 거 같은데."


 조금 쉬려고 버스 정류장에 앉았더니, 빈 택시 한 대가 막 우회전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게 눈에 띄었다. 나는 그 택시를 잡아 그녀와 함께 뒷자석에 올라탔다. 그녀 집까진 여전히 거리가 꽤 남아 있었다.


 옆좌석에 앉아 그녀를 보다가, 갑자기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철없이 어린 시절 일이었다. 그때도 나는 지금처럼 누군가를 좋아했었다.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결코 말할 일 없는 일인 것이다.


 그때 여자애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네가 내 첫 번째야.' 드라마에서라도 본 건지, 아니면 책에서라도 보고 따라했던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하여간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그 여자애와는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고 남중 남고를 거쳐 공대로 직행하면서 여자와는 인연 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때 그 첫사랑, 그 여자애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눈매는 조금 끝이 치켜올라갔던 것 같다. 콧날은 높지 않지만 오똑한 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얼굴이 갸름하고 이마가 좁았던 것 같기도 하고...그러다 백미러에 눈길이 닿자, 절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상한 얼굴은 나 자신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득 그녀 얼굴을 바라본다. 살짝 고개를 기울여 졸고 있는 그녀는, 이마가 좁고 갸름한 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매번 자기 콧날이 한 치 더 높았어도 좋았을 거라고 투덜대는 통에 그거 아니라도 당신은 완벽하다고 추켜세워줘야 했고, 내가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할 때마다 그 끝이 올라간 눈을 치켜뜨면서 화도 내고 조금만 더 힘내 보라고 격려도 했었다. 그녀 얼굴엔 어쩐지 낯익은 구석이 있어서, TV에서 본 적이 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쩌면 내가 잘 아는 얼굴과 퍽 닮은 것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첫 번째'라고 불릴 날이 올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 역시 지금은 내게 어울려 주고 있다. 그건 사실이다. 혹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첫 번째'를 찾아 보겠다며 곁을 떠나면, 글쎄, 속이야 쓰리겠지만 그녀를 붙들어 놀 자신은 없다.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자유로운 게 그녀의 본성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존심도 버리고 나도 따라가게 해주라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다섯 번째 남자들을 불러다 놓고 술자리나 가져야겠다. 갈매기살 굽고 소줏잔 기울이면서, 내가 모르는 그녀에 대한 얘기들,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녀의 취향과 편력까지도 전부 물어봐야지. 그러다 의기투합하게 되면, 과연 누가 그녀의 '첫 번째'냐 한바탕 토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네 명의 연적이란 게 평범한 건 아니겠지만 뭐, 이것도 좋게 생각하면 인연 아니겠는가. 그녀가 만들어 준, 특이하지만 귀중한 인연 말이다.


 이렇게까지 내가 콩깍지가 끼여 있는지, 그녀도 아는지 모르겠다.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팔로 안아 당겨 곁에 기대게 하고선, 나는 무심을 가장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속으론 몇 번이고 이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택시는 이후로도 한참을 더 밤거리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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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10.25 19:21
    필력이 갈수록 좋아지시는 거 같습니다. 읽는데 끊김이 없군요. 결말이 무언가 반전 같긴 한데 이해는 잘 안 가네요 뉴누..
  • profile
    윤주[尹主] 2012.10.25 20:33
    제목을 굳이 첫 번째라고 '불릴' 날이라고 하지 않고 '불린' 날로 하고 싶어서 끼워넣은 결말입니다; 좀 뜬금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
    전에 야르사스 님께서 올리신 글 가운데, '글의 리듬감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왠지 기억에 남아서 요즘엔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리듬감을 만들고 통제하는지는 잘 몰라서 주먹구구식으로 쓰고는 있지만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제 필력이 조금이나마 늘었다면 그건 아마 야르사스 님 덕분일 거에요 ㅎ
  • profile
    yarsas 2012.10.26 02:37
    헉.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부끄러운 걸요.. 도움이 되었다면 참 다행입니다.
  • profile
    yarsas 2012.10.26 02:38
    헉.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부끄러운 걸요.. 도움이 되었다면 참 다행입니다.
  • ?
    2012.10.25 23:31
    깨알같은 태그

    인간을 사랑한단 대목에서 수백번의 공감
  • ?
    강건마 포인트맨 2012.10.25 23:31
    10점 뽀오나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0.26 09:19
    저 구절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쓴 사람으로서, 자기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심 안 갈 수가 없어서 말예요 ㅎ
    어쨌거나 글 읽으시면서 즐거우셨길 바랄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 profile
    욀슨 2012.10.26 09:29
    담담한 서술과 노련한 진행 덕에. 자칫하면 한없이 어긋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멋지게 매듭이 지어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10.26 09:37
    한없이 엇나간 이야기를 억지로 붙들어 매듭지어버린 꼴이 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칭찬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성적 수위에 대해선 얘기하는 분이 없는 거 보니 이 정도 두루뭉실한 묘사는 괜찮은가 보네요;;
  • profile
    욀슨 2012.10.26 09:42

    수위는 건천님이 판단하실 문제이기는 한데.....크게 노골적인 묘사가 나오거나 중심적인 내용이 된 것도 아니니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 profile
    [카스]해커 2012.10.27 18:37
    나같으면 이런 어장관리나 하는 여자노예로 살지 않고,
    제대로 된 여자만나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하겠다.

    남자가 섹시한매력으로 어필한 여자에 잡혀산걸 보니
    찌질남들인듯.
  • profile
    윤주[尹主] 2012.10.28 07:28
    현실감없는 얘기긴 하죠...상상력이 부족하다보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명백히 어장관리녀에 꿰인 상황인데, 아무도 그런 지적은 해주지 않아서 걱정했네요. 글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장황했나 하고요;

    꼭 카스님께선 좋은 인연 사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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