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Roam입니다. 사과와 인사를 드립니다.

by Roam(레알) posted Feb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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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am 본인입니다. 그리고 집 PC입니다.

먼저 제가 창조도시에서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하여 이 곳을 비난한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실 아직도 이 곳이 친목질로 인해 쇠락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저께 아방스가 다시 부흥한 모습을 보고는,
알만툴은 여전히 사람들에게서 매력적인 문화임을 새삼 다시 느꼈고,
창조도시는 단지 친목질때문에 쇠락했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죠.

저는 단지 창조도시의 사람들이 그걸 인정하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익명사이트인 것을 이용해 세컨드 아이디를 처음으로 써보고, 여론을 조작했죠.
정말 몹쓸 짓이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젠 친목질로 인한 쇠락을 인정하시든, 안 하시든,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 곳에 대한 모든 미련을 다 내려놨습니다.
오히려 매번 좌절하시면서도 끝없이 오뚜기처럼 일어서려고 노력하시는 이지선 운영자님이
운영능력면에선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으로는 여전히 존경스럽습니다.

전 이제 이 곳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전 지난 2개월동안 약속드린대로 인터넷 주소창에 ACOC란 단어도 입력한 적이 없습니다.
이젠 이 곳에 접속하는 것보다, 접속하지 않는 게 더 익숙해졌죠.
그러니 절대로 똑같은 일을 다신 벌이지 않을 겁니다.

작년의 일들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겐 아마 평생의 유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련을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전 아주 괴로운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세컨드 아이디 사용에 대해 지금 제 머릿속이 많이 복잡한 상태입니다.

제가 창조도시에서 10년간을 활동하면서,
창도가 멀쩡하던 시절엔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죠.
그건 창조도시 분들도 알고 계실거예요.
그 당시엔 단지 IP가 공개되는 게시판이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할 욕구 자체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아방스로 처음 보금자리를 옮겼던 2012년에도 제겐 세컨드아이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창조도시에서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해본 뒤로,
지금 거기에 맛이 들려버렸습니다.
고백하자면 창조도시, 아방스, 그 곳 말고도 다른 사이트에서도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하는 게 많습니다.

저는 지금 제 자신이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도 전혀 사용하지 않던 세컨드 아이디 사용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여론조작을 하려고도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하지만,
아직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사이트에서도,
그냥 여러 아이디로, 여러 글 남기는 게 그냥 재미가 있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재미가 들렸습니다.

한 6개월쯤 그렇게 하니 완전히 일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을 하거나, 가족친지를 만날 때의 저와, 인터넷 서핑 할 때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립니다.
그게 잘못인 줄 당연히 알고 있는데, 스스로 멈추질 못하고 있습니다.
꼬리가 잡혀도, 꼬리가 잡혀도, 계속 도전합니다.
6개월 전엔 죄의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그 죄의식도 줄어들었습니다.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참지 못하고 다른 활동사이트 여러군데에서 세컨드 아이디를 사용했습니다.
전 지금 네이버아이디 4개, 다음 아이디 10개 정도를 갖고 있고, 전부 다 한 게시판에서 사용해봤습니다.

전 지금 제 자신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어린 나이도 아닌데 이런 짓을 하는 제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게 우울증의 발산방식 중 하나인걸까요. 아니면 정신분열증인걸까요.
저는 지금 이상한 짓에 재미를 느끼고 있고, 하지 않으면 손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가보는 정신과인데, 오랫동안 여유를 갖고 치료받으려 합니다.
이건 제 생각엔 그냥 활동사이트 한 군데, 두 군데 떠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입니다.
제가 지금 일반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아침에 병원가고 오후 3시 이후에나 겨우 일하러 갈 수가 있으니
아버지께서 은퇴하신지 한달 만에 다시 일에 복귀하셨죠.
모든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못난 아들 대신 다시 일을 나가시면서
굳이 늦게 출근 안 해도 되니 집에서 푹 쉬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니,
너무 죄송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납니다.

사업을 한창 배우고 있던 2012년까지도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뭐가 문제였던 건지 처음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 삶을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대체 제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아보면 좀 나아질지, 기대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절 지금 정신병자라고 부르셔도 할 말 없습니다. 제 생각에도 그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PC는 인터넷 선을 끊기로 했습니다.

오늘 밤을 끝으로 제 방의 선은 바로 치워버릴 겁니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부모님께서 인터넷을 하시기 때문에 집안에서 완전히 인터넷을 없애진 못합니다.
전 블로그를 폐쇄했고, SNS는 원래 하지 않았죠.
Email도 업무에만 쓸 주소를 새로 만들고, 기존에 쓰던 네이버메일은 이제 버렸습니다.
그리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전 아직 스마트폰이 없습니다.
누나가 옛날에 준 아이팟 2세대로 스마트폰 기능을 대신 하고 있고,
전화는 여전히 폴더폰 쓰고 있죠.
그래서 전 오늘을 끝으로 한 동안 인터넷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지금 제일 아쉬운 게, 즐겨보던 웹툰을 앞으로 챙겨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네요.

요즘 세상에 인터넷 없이 살아가는 게 가능할지 걱정됩니다.
군대에선 인터넷없어도 살게끔 되어있으니 살았지만, 밖에선 인터넷없인 뒤쳐지는 사람이 되니 말이예요.
하지만 아직도 살아 온 인생보다, 살아갈 인생이 더 많으니
먼저 제 정신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정신과 치료가 끝난 후 스스로 100% 완치됐다고 느낄 때까지는 인터넷을 안하기로 했습니다.


창조도시와는 이제 영원히 이별입니다.

설령 제 정신치료가 무사히 끝나고, 세컨드 아이디 사용 괴벽이 완치되고,
그래서 다시 인터넷을 하기로 결정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제 창조도시는 올 일이 없습니다.
아방스에서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전 더 이상 창작의 열의가 없습니다.
이미 창조도시에 대한 99%의 미련이 사라졌고,
인터넷을 오랫동안 끊을테니 나머지 1%도 머지않아 사라질 겁니다.

여길 마음 속에서 내려놓는데 참 오래걸렸습니다.
1년이 넘게 걸려서야 완전히 잊을 수 있게 되다니, 전 참 쿨하지 못하고 미련한 인간같습니다.
이지선 운영자님. 운영자로서의「천무」란 사람은 정말 싫었지만
인간으로써의 이지선님은 여전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지선 운영자님의 실제 인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이제 실패를 겪을만큼 겪으셨으니, 앞으로는 인터넷에서도 성공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정신과 치료가 순조롭게 끝나고 새 인간이 될 수 있길 기원해주셨으면 하는
염치없는 부탁을 하나 남기고 갑니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창조도시 분들의 기원이 있으면 왠지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을 끝으로 정말로 인터넷을 끊으니, 어떤 형태로든 절 보실 수 없을거예요.

그럼 영원히 이별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다 잘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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